
...네, 몇 주째 변변한 업데이트 없는 "게임읽기"의 게으른 편집자 밝은해입니다. 몇 가지 깊은 포스트를 준비 중이니 차분히 기다려 주세요 :) 오늘은 간단한 소식을 전하려고 합니다.
미국 조지아 주 애틀랜타에서는 현지시간 4일에서 6일까지 The Art History of Games라는 심포지엄이 열렸습니다. 게임 연구자, 예술사가, 문화 연구자, 게임 개발자들이 모여 예술 형식으로서의 게임에 대해 심도 깊게 논의하는 자리였는데요. 저는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이 참여해서 몇 개월 전부터 주목하고 기다리고 있었죠. 어제는 밤에 작업하면서 트위터에 #AHoG로 올라오는 트윗들을 보고, 제 개인 트위터로 그것들을 번역해 트윗하기도 했습니다.
다음은 그 트윗들과 뉴스자료, 블로그 후기 등을 살펴보고 개인적으로 인상적이었던 부분을 파편으로 정리한 겁니다. 아래 정리가 심포지엄의 전부도 아니고, 오류가 있을 수도 있으니 지금은 "그럴 수도 있겠구나" 하는 정도로 봐주세요. 나중에 강연록이 나오면 차근차근 번역할 생각입니다. (물론 번역은 "디자인과 플레이 문서고"에서)
먼저, 존 샤프와 프랭크 란츠의 강연내용은 가마수트라 기사를 보고 정리해봤습니다.
존 샤프, "게임과 예술의 관계는 아직 난처한 상황"
게임은 예술인가를 질문하려면 게임과 예술의 길고 복잡한 역사를 살펴봐야 한다. 오랫동안 게임과 예술은 함께 해왔지만 이제야 사람들 마음 속에 섞이기 시작했다. 예술의 정의를 보면 게임도 그 조건 대부분에 부합한다. 게임은 깊은 의미를 전달할 힘이 있다.
르네상스 이전에 예술은 거의 종교의 전유물. 예술가들도 자신의 행위를 귀하게 여기지 않았다. 르네상스 이후 예술이 귀족정치의 여가문화가 된다. 예술이 시각적 오락이 되고, 예술가는 신화적 인물이 되었다. 하지만 당시 게임 제작자는 똑같은 대우를 못 받았다. 게임이 삶의 중요한 부분이긴 했어도, 르네상스 사람들이 예술의 고결함을 실증한다고 믿었던 과학과 수학보다는 본능과 연관 지었다.
18세기를 통해 게임이 균형잡힌 삶의 중요한 요건으로 인식되기 시작. 시인 프리드리히 실러는 놀이를 통해서만 예술과 창조력이 가능하다 보았지만, 당대의 게임은 그의 이상과는 멀었다. 게임이 삶에서 중요해질 수록 예술의 지위를 받지 못 했다.
20세기가 시작하며 예술과 게임에 대한 개념이 바뀌기 시작. 예술의 개념이 변하는 데 영향을 미친 뒤샹은 체스에 빠져 있었고, 체스의 플레이가 예술 그 자체라 단언. 뒤따르는 예술가들이 게임을 탐구하기 시작.
60년대 후반 예술의 세계가 진정으로 개방되었지만, 그 새로운 질서 속에서도 게임은 자리를 잡는 데 문제가 있었다. 요즘 갤러리에서 게임을 보게 되는 건 흔한 일. 게임 요소를 편입한 코리 아칸젤 같은 예술가의 프로젝트와 마크 에센의 Flywrench 같은 게임이 전시에 모습을 나타낸다.
그런데 아직도 게임과 예술의 관계는 난처한 상황. 게임을 갤러리에 전시하려면 게임다움을 제거하지 않으면 안 된다.
프랭크 란츠, "우리가 아는 예술이 게임을 담지 못 하면, 게임으로 예술을 바꿔야 한다"
게임을 예술 형식으로 인정하는 추세가 있지만, 그건 일종의 가둬놓기(domestication)로 보인다.
게임에는 기존의 예술 개념에 맞지 않는 묘하고 주체할 수 없는 성질이 있다. 게임을 우리가 알던 예술의 개념으로 변형시키지 말고, 게임을 통해 예술에 대한 생각을 바꿔야 한다. 이 순간 우리는 예술에 새로운 빛을 비출 기회가 있다. 게임의 야생성이 미학이 되어야 한다. 게임이 어떻게 되어야 할 것인가보다 어떤 것인가를 보려고 해야 한다.
또 게임에 대해 논할 때 어떤 게임을 말하고 있는지 자문해봐야 한다. 우리가 게임에 대해 말할 때는 주로 싱글 플레이어 게임에 대해 말한다. 싱글 플레이어 게임은 우리가 기존에 예술작품으로 정의해 놓은 회화나 영화와 닮아 있어, 미학적 형식으로 인정하기가 쉽다. 우리가 논의하기 쉬운 쪽에 집중하지 말고, 체스와 골프 같은 게임들도 고려해야 한다.
골프와 체스는 우리가 예술로 인지하는 것과 다르다. 회화나 소설보다는 삶의 방식과 더 닮아있다. 게임 논의에 있어 스포츠는 다 알면서 아무도 안 보는 방안의 코끼리다. 우리가 그런 부자연스런 단절을 만든 점도 있다. 운동선수와 너드들(nerds)이 연합하길 바란다.
게임이 우리가 예술이라고 생각하는 전형과 맞지 않기는 해도, 미학의 개념에서 게임을 빼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미학이 게임을 고려하지 못 한다면, 미학에 대한 우리의 관념을 다시 만들어야 한다. 우리의 미학에 대한 생각을 바꿔야 한다.
다음 강연은 트위터 해쉬태그 #AHoG에 올라온 관련 트윗으로 파편을 정리해봤습니다.
테일 오브 테일즈, "게임은 예술이 아니다. 예술은 죽었다."
아마 심포지엄에서 가장 많은 논란과 반향을 불러일으킨 강연이 아닐까 하는데요. 트위터에서 반응이 크게 엇갈렸습니다. 그 동안 그들의 스타일과 게임과의 작별 선언을 보면 그리 예상하지 못 한 것도 아니지만, 말 그대로 '비디오게임 업계'에 대한 융단폭격이었나 봅니다.
트위터를 통해 전해진 강연 발언을 모아보죠.
"게임은 예술이 아니다...예술은 죽었다." "근대 예술은 반란을 성전으로 만들어 버렸다." "비디오게임은 게임이 아니다. (인터랙티브 영화에 더 가깝다) 비디오게임은 다른 게임만 못 하다." "비디오게임은 캔디와 고무젖꼭지인 상태로도 행복한 듯 하다." (2010년 비디오게임 산업의 모습) "게임이 아니라 사랑을 만들자."
트위터 반응들은 "이건 강연이 아니라 퍼포먼스", "선전포고다!", "커뮤니티의 분열을 보게 생겼다", "왠 낭만주의냐", "그들 덕에 여기 올만한 가치가 있었다" 등 다양했습니다.
제이슨 로러, "게임은 마음과 마음 사이 인터페이스"
인디게임 디자이너 제이슨 로러는 마니페스토를 써서 사람들에게 나눠주었습니다. (사진으로 보기)
강연내용은 인터랙티브 스토리텔링부터 사람을 다루는 게임, 사람에 대해 말하는 게임을 만들어야 한다까지 간 듯 하군요. 그의 2009년 최고의 게임은 "스펠렁키"랍니다. 이번 심포지엄에서는 그의 신작 "Sleep is Death"를 시연하기도 했습니다.뉴 게이미스트 마니페스토 (New Gamist Manifesto)
1. 게임에는 스포일러가 없다.
2. 게임은 완결되지 않는다.
3. 게임에는 플레이하는 캐릭터 외에는 캐릭터가 없다.
4. 게임에는 플레이어가 그를 통해 말하는 스토리 외에는 스토리가 없다.
5. 새로운 게임을 하는 것은 새로운 이야기를 읽는 것이나, 새로운 음악을 듣는 것, 새로운 영화를 보는 것과 다르다.
6. 새로운 게임 하는 것은 새로운 언어를 배우는 것과 비슷하다.
7. 게임은 마음과 콘텐츠 사이 인터페이스가 아니라, 마음과 마음 사이 인터페이스다.
브렌다 브래스웨이트, "정치적 문제에 대해 다루는 게임 나와야"
이번 심포지엄의 트위터에서 "감명 받았다"는 말이 가장 많이 나온 강연입니다. 솔직하고 용감했다는군요. 그녀는 "위저드리"를 디자인한 베테랑 개발자고, 후진양성에 힘 쓰는 교육자기도 합니다.
그녀가 "메커닉이 메시지다" 시리즈의 일환으로 만든 게임 "열차"(Train)가 최근에 주목을 받았죠. 역시 그에 대한 언급을 합니다. 비디오게임이 아니고 말과 판을 손수 제작한 게임이라서 여기서 플레이해볼 기회는 없겠지만, 혹시 모르니 게임의 내용은 숨겨 둡니다. 보실 분은 펼쳐보시길.
펼쳐두기..
트위터를 통해 전해진 발언을 모아봤습니다.
"사람들이 '열차'에 충격을 받았다. 내가 2차세계대전 게임을 만든 유일한 사람도 아닌데!" "왜 정치적 문제에 태클을 거는 게임이 나오지 않을까? 나는 게임이 이미 그럴 수준에 도달했고, 그걸 다루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믿는다." "인간 대 인간의 비극이 있는 곳에, 시스템이 있다." 브렌다의 새 게임엔 미대륙 원주민 5만이 등장 http://yfrog.com/4iaizaj http://yfrog.com/1dihrqj 저 말을 다 움직여야 한다는데? "이 정도 스케일이 이 게임에는 필요하다"
크리스티안 폴, "게임이 예술이 되려고 게임다움 제거할 필요 없다"
폐막 기조연설은 미디어학자 크리스티안 폴입니다. 그다지 많은 트윗을 포착하진 못 했지만, 한 마디가 앞선 강연들과 공명하며 기억에 남네요.
"게임은 본디 예술이 아니다. 예술이 될 수 있지만, 그러면 다른 미디어와 차이가 없다. 예술이 되려고 게임다움을 제거할 필요는 없다."
참고자료
The Art History... Of Games? A New Conference, Romero Explain, Gamasutra
The Art History... Of Games? Avoiding The 'Domestication' Of Game Art, Gamasutra
ㅜㅜ 오타 및 오류 수정. Train을 '전차'라고 하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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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글삭제웹 항해일지, 2010-11-15 게임읽기 : 예술이 게임을 만드는가, 게임이 예술을 만드는가 - 게임과 예술에 대한 최근 논의를 엿볼 수 있는 글입니다. 게임이 예술로 인정받을수록 사전심의의 야만성은 더욱 극명해질 것입니다. Retrospective: An Axiomatic Basis for Computer Programming - C. A. R. Hoare 교수의 회고담입니다. '검사(test)의 성공 비결은 프로그램이 아니라 프로그래머를 시험하..